잡설/웹이야기

웹디자이너를 꿈꾸시는 분들께

허승리 2021. 5. 10. 11:36

현업 디블리셔 허승리입니다.

요즘 웹디자이너 모임 카페에 들어가면 워낙 같은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혹여 웹디자이너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싶어 이 포스팅을 남겨봅니다.
보기 쉽게 정리하려고 애썼지만 내용이 잘 와닿을지는 모르겠네요ㅋㅋㅋ...

먼저 제 소개를 하자면, 회사 경력만 8년차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2년차를 보내고있는 웹디자이너입니다. 웹디자인 + 마크업 퍼블리싱을 주로 하고있고, 가끔은 인쇄물 디자인도 하고있어요.

◎ 전공을 해야만 웹디자이너를 할 수 있나요?

아시다시피 웹디자이너는 요즘 컴퓨터 학원에 가서 6개월만 수업 잘 들어도 웬만한 기초과정은 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웹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겠죠. 취업에는 항상 실력과 운이 따릅니다.

전공자 아니어도 포트폴리오가 좋고 면접시 회사의 성향과 잘 맞았다면 웹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공자가 비전공자보다 취업에 유리한가요?

이건 회사마다, 회사의 상황마다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취업을 결정짓는 요소는 포트폴리오 + 면접입니다. 전공 유무보다 포트폴리오가 더 1순위라고 보면됩니다. 웹에이전시 쪽에는 제 경험으로만 따져도 전공자가 더 드물고 비전공자 분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것도 파다하게 봐왔기 때문에, 전공 보다 실력이 먼저라고 자신있게 대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 '회사의 상황마다 다른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가끔 일부 비전공자에게 데여서(?) 전공자를 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 말로는 비전공자가 전공자에 비해 확실히 부족한 게 있다고 하시는데... 물론 전공자들이 대학 4년을 허투루 보낸 것이 아니니 기본기 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디자인이란 무작정 예쁘게 만드는게 아니라 어느 정도 '설계'에 기반을 두고있습니다.

모든 디자인에 작더라도 이유가 있고, 자신이 한 디자인 결과물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4년간 길러서 나오기 때문에 고객을 설득하는데에 능한 편입니다.(물론 이건 개인차가 너무 커서 반드시 전공자'만' 그렇다고 말씀드리는게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주세요!)
이외에 다른 비전공자들이 입을 모아 주셨던 의견 중 하나가 전공자들의 '색감'이었습니다. 이것 때문인지 비전공자 중 컬러리스트를 따로 취득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비전공자 중 드물게 타고난 재능을 가지신 분들은 뭐 전공을 했든 안했든 1도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조건 1순위가 포폴, 아마도 3순위정도가 전공 유무로 꼽힐겁니다.

얘기가 딴데로 나갔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원한 회사가 디자인협회의 지원을 받고있거나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받아야하는 경우, 해당 프로젝트의 조건 중에 '전공 학사 출신이 있어야한다'는 경우도 있어서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극히 드문 경우라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프로젝트의 조건때문에 전공자가 필요하다고 할 지언정 놓치면 안되겠다 싶은 실력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뽑으려합니다.

 

◎ html5, css3는 꼭 배워야하나요? 디자이너의 영역에 포함되나요?

꼭 배워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둬서 나쁠 게 전혀 없는 분야입니다. 대형 에이전시, 혹은 중소 에이전시들 중에서도 퍼블리셔를 따로 두고 디자이너가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디자인에 집중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곳에 취업을 하시는게 좋겠죠.
그러나 '아예 몰라도 된다'는 말은... 솔직히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퍼블리셔가 따로 있다고 할 지언정 페이지를 넘길때, 혹은 메뉴가 토글이 되는지, 어떤 모션을 구현하고 싶은지 등등은 디자이너의 머릿 속에서 나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퍼블리셔가 따로 있는 회사들이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기획자가 따로 있는 회사는 드문 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획자는 디자이너 자신입니다. 자신이 의도한 디자인이 제대로 나오기 위해서는 퍼블리셔와의 소통이 중요하며, 소통의 도구가 되는 것이 마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업무는 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본인이 의도한 디자인이 제대로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크죠.
카카오나 네이버 디자이너들이 괜히 웹코딩을 배우는게 아닙니다. 웹 환경이 바뀌었다면 그만큼 바뀐 웹에 따라가야 하는 것도 웹디자이너가 해야할 일입니다. 남들이 2020년대의 디자인 연구할 때 혼자 플래시 활용한 웹디자인 할 건 아니잖아요?

여담이지만 웹디자이너로 일 하기 전에는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웹기획, 유지보수, 인쇄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던지라 다른 곳에 이직하려 했을 때 코딩 못한다고 무시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열받아서 코딩을 배웠고, 지금도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이직도 성공적이었고 연봉도 그 때에 비해 많이 올랐거든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돈은 아쉽지 않게 받았습니다. 재택근무로 매일 집에 붙어있고, 일도 한달에 일주일이나 할까말까 했으면서 말이에요.

코딩을 알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집니다.

 

◎ 에이전시는 야근도 많고 빡세다는데... 연봉도 적다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이거 진짜 많이 올라오는 질문인데요.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는 야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하더라도 수당을 줬습니다. 물론 야근수당 안주는 회사가 더 많지만요...^^;

다만 힘들더라도 되도록 신입 때는 에이전시에 취업하시길 바랍니다.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이직하기는 쉬워도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이직하기는 많이 어렵습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자기 회사관련 디자인만 하기 때문에, 영역은 너무 방대하고(웹에 치중되어있지 않음) 각 분야에 대한 지식은 얕습니다. 당연히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은 없기 때문에 당장 에이전시로 옮기는 것이 어려울 겁니다.
여러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합니다. 연봉이 낮고 편하거나, 연봉이 그보다 높고 빡세거나.
신입부터 3년차까지는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의 업무가 힘들고 지칠겁니다. 일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짜증날테죠. 그러나 3년차부터는 이직하면 연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그 전보다는 좋은 회사로 이직할 가능성이 커서 워라밸도 높아질 겁니다. 꽤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일을 하고 계신 웹디자이너분들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이든 처음부터 몸이 편하고 돈 많이 버는 일은 없습니다."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개인의 적성과 관심도가 많이 작용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학교때부터 이 쪽에 관심이 있었고 지금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해요. 좋은 디자인을 보면 벤치마킹 해보고 싶고, 실로 저 스스로 제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게 정말 뿌듯하구요.
항상 집에와서 연습을 한다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열망이라도 존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입니다.

부디 이 글이 웹디자이너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